2013년 여름, 산티아고 순례자 길을 걸으며 엄마가 갓 성년이 된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의 글.
첫아이 임신으로 시작된 결혼생활 20년, 초보 엄마로서의 실수, 육아를 통한 배움과 성장, 무엇보다 누구의 무엇이 아닌 ‘나’로 살고자 고민하고 타협해온 과정과 그 과정이 빚어낸 생활이야기다. 지나온 실수투성이의 삶을 아이와 미시적으로 소통하며, 비슷하지만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이야기들이다. 간혹, 박사과정 논문을 위해 인터뷰했던 다른 사람들의 삶 이야기도 등장한다. 인간을 소우주라 하듯, 보잘것없는 범인(凡人)의 삶도 생의 수많은 진리를 포함하고 사회란 큰 아치 구조물을 형성하는 돌이다. 서로의 옆 작은 돌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여 삶을 좀 더 용감하고 아름답게 꾸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은정
1970년생. 현재 네덜란드 ISS(Institute of Social Studies of Erasmus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 재학 중으로, 사회심리학 방법으로 가사노동의 의미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대학 중퇴(동국대학교 물리학과 88학번) 후 공장에 다녔고, 이후 전국여성노동조합, 참여연대에서 잠시 일했다. <우리들의 구로동 연가>라는 책을 썼다.
중1 때부터 영어 과목은 낙제였고,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영어 과목 시험에서 읽고 시험을 치른 적이 없다. 결혼 후 아이들 키우며 사이버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면서 유학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4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네덜란드에 중학교 3학년(딸), 1학년(아들) 아이 둘 데리고 전세방 뺀 돈으로 유학 왔다. 남편은 덕분에 방도 없이 절(일터)에서 생활한다.
아이들이 산티아고 걷기여행 가는 것에 동의했지만, 처음엔 그리 즐거워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겐 그저 덥고 지루한 길일뿐이었다. 그런데 걷기여행의 반을 지나면서 길의 무엇에 홀렸는지 아이들이 다시 그 길을 걷고 싶다고 한다.